*장르를 넘어선 사운드 실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왜 ‘록 그 이상’인가*

정리 = 미국 출신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가 올해로 결성 41주년을 맞았다. 1983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출발한 이들은 펑크, 펑크(funk), 랩, 록은 물론 사이키델릭 사운드까지 넘나들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록 음악의 경계를 확장하는 대표적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 랩·락 결합한 데뷔… 실험의 연속
밴드는 보컬 안소니 키디스(Anthony Kiedis), 베이시스트 플리(Flea), 기타리스트 힐렐 슬로박(Hillel Slovak), 드러머 잭 아이언스(Jack Irons) 등으로 구성돼 1983년 결성됐다. 결성 초기부터 슬랩 베이스와 랩 보컬을 결합한 독특한 그루브를 시도하며 기존 록 음악의 틀을 깨는 실험을 이어갔다.
1984년 발표한 데뷔 앨범 “The Red Hot Chili Peppers”는 상업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장르 혼합의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1989년 앨범 “Mother’s Milk”로 대중적 기반을 다졌고, 1991년 “Blood Sugar Sex Magik”은 대표곡 “Give It Away,” “Under the Bridge” 등을 수록하며 커리어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 ‘Under the Bridge’에서 ‘Californication’까지
“Under the Bridge”는 키디스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가사와 감성적 멜로디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같은 앨범의 ‘Give It Away’는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밴드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았다.
1999년 발표한 “Californication”은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복귀와 함께 보다 성숙한 사운드로 전환점을 맞았다. “Scar Tissue”, “Otherside”, “Californication’ 등의 히트곡이 포함된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 사운드의 확장… 장르를 넘는 진화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며 스타일의 확장을 거듭했다. “Stadium Arcadium”(2006), “I’m With You”(2011), “The Getaway”(2016) 등의 앨범에서 펑크, 얼터너티브 록,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했다.
2022년에는 프루시안테가 다시 복귀하며 16년 만에 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Unlimited Love”와 “Return of the Dream Canteen”은 이들의 고유한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표현력을 강조하며 팬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 음악을 넘어선 사회적 영향력
밴드는 음악 외적으로도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 플리는 청소년 음악 교육 단체 설립에 참여했으며, 키디스는 마약 중독 극복 경험을 다룬 자서전 “Scar Tissue”를 출간해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2012년에는 록앤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 에 헌액되며 록 음악사에서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2,00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으며, 그래미 어워드를 포함한 주요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 “우리는 장르가 아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단순한 록 밴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펑크의 에너지, 펑크(funk)의 리듬, 힙합의 자유로움, 록의 서사를 결합해 독자적인 음악 언어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장르가 아니다”라는 플리의 발언은 이들의 음악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성 40년을 넘긴 지금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록 음악이 침체된 오늘날, 이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전설’로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