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ey M과 Milli Vanilli, 기획형 팝 그룹의 성공과 실패*
정리 = 유럽 대중음악 산업에서 기획형 팝 그룹은 시각적 퍼포먼스와 사운드 제작의 분리를 통해 대중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독일 출신 제작자 프랭크 파리안(Frank Farian)이 기획한 두 그룹, Boney M(1970년대 후반 활동)과 Milli Vanilli(1980년대 후반 활동)는 모두 대중성과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그룹이 립싱크를 둘러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사회적 반응과 결과는 극명히 달랐다.
■ 동일한 제작자, 유사한 구조
두 그룹 모두 프랭크 파리안이 제작했다.
- Boney M은 1976년, 파리안이 본인의 음성으로 먼저 녹음한 뒤 무대 퍼포먼스를 위한 그룹을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 Milli Vanilli는 1988년 결성되었으며, 보컬 녹음은 프로 스튜디오 싱어들이 맡고, 무대에는 외모와 퍼포먼스 중심의 파브 모빌리(Fab Morvan)와 로브 필라투스(Rob Pilatus)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그룹 모두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완전한 실연을 제공하지 않았고, 녹음과 공연 사이의 분리라는 기획형 시스템의 전형을 따랐다.
■ 립싱크 구조의 차이와 시대적 맥락
Boney M의 경우, 여성 멤버 리즈 미첼과 마르시아 배럿이 실제로 노래를 불렀으며, 일부 TV 공연에서는 실제 라이브 보컬이 혼합되기도 했다. 반면, 보비 패럴은 대부분 립싱크와 퍼포먼스를 맡았고, 남성 파트의 주요 녹음은 프랭크 파리안 본인이 수행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Milli Vanilli는 모든 보컬 트랙이 외부 세션 가수들에 의해 녹음되었고, 공식 음반이나 무대에서 파브와 로브는 전혀 노래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1990년 그래미상 수상 이후 라이브 방송 도중 립싱크가 드러나면서 대중에 폭로되었고, 그래미상 박탈 및 소송 사태로 이어졌다.
■ 대중 반응의 차이: 왜 Boney M은 용서받았는가
| 그룹 | 활동 시기 | 립싱크 구조 | 대중 반응 | 결과 |
|---|---|---|---|---|
| Boney M | 1976–1980s | 일부 멤버 립싱크, 여성 보컬은 실녹음 | 상대적 관용 | 논란 불구 활동 지속 |
| Milli Vanilli | 1988–1990 | 전원 립싱크, 외부 가수 전담 녹음 | 격한 비판 | 그래미 박탈, 해체 |
당시 Boney M이 활동하던 1970년대는 TV 방송에서 립싱크가 비교적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시기로, 제작 중심 기획 그룹에 대한 인식도 관대했다.
반면 Milli Vanilli가 활동한 1980년대 후반~1990년대는 음악 산업에서 ‘진정성’(authenticity)이 강조되던 시기였고, 힙합과 얼터너티브 장르의 부상과 함께 립싱크 자체가 윤리적 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 제작자 프랭크 파리안의 책임론
두 그룹의 공통점은 모두 파리안의 통제 아래 구성되고 운영된 기획형 프로젝트였다는 점이다. 그는 1970~80년대 유럽 음악 산업에서 다수의 히트곡을 제작한 히트 메이커였지만, 동시에 아티스트의 창작·발언권 및 수익 분배 문제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파리안은 Milli Vanilli 사건 직후 “그들이 유명세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제작자 주도의 구조에서 비롯된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음악 산업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 종합
Boney M과 Milli Vanilli는 같은 프로듀서, 유사한 제작 방식, 대중적 성공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시대 배경과 대중 인식의 차이로 인해 립싱크 논란이 초래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Boney M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스코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았지만, Milli Vanilli는 음악사에서 ‘스캔들’의 대명사로 기록되었다. 두 사례는 음악 산업 내 진정성과 기획 사이의 균형, 그리고 공연자와 제작자 간 책임 분배 문제에 대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